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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동물보고서 곽수연 17 Mar - 15 Apr 2012 |
민화(民畵)적 접촉지대 곽수연은 개를 그린다. 개는 매우 드물어서 진귀해진 동물들을 찾아가 서로 조우한다. 대화, 인터뷰한다. 개가 희귀동물들을 인터뷰한다. 우리는 인터뷰의 장면을 상상해내는 작가의 민화적 재치의 풍속과 책거리를 통해 희귀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표본을 본다. 작가는 개를 통해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단면을 풍자해 많은 이야기를 표면화시켰었다. 이번 희귀동물보고서에서도 개를 통한 이야기 구조는 동일하되, 더 광의적인 문제에 접근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더 커다란 담론을 그림 속에 재치와 익살의 우화로 녹여낸다. 개가 희귀동물을 만나, 과연 어떤 인터뷰를 할는지 궁금하다. 인간과 가장 밀착되어 사랑받는 애완동물인 개가 삶의 터전을 잃거나 번식의 힘을 잃어 위기의 동물로 판정받은 희귀동물들을 만난다. 각기 다른 관점의 애정을 누리는 동물들의 만남이다.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개)이 사라져버릴 안타까움에 보호를 받는 동물(희귀동물)을 만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만남의 접촉지대에는 주체들이 어떻게 상호 간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가의 묘미가 있다. 지리적, 역사적, 생물학적으로 분리된 객체들이 만나 접촉하면서 풀기 어려운 갈등을 포함하지만, 인간에 가깝게 의인화된 개와 희귀동물이 만나 벌어지는 민화적인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로 갈등이 희석되어 공존과 상호작용, 서로 맞물려 있는 이해와 활동의 장면을 주제로 드러내고 있다. 개와 희귀동물이 만나 벌이는 장면의 그 속말을 상상하면 그림이 주는 우화적인 작가의 화면 구성 연출력에 놀라게 된다. 각 객체의 불안정한 만남의 접촉지대에서 다시는 갈등구조로 확장시키지 않는 재치와 유머러스한, 우화적 상상의 연출능력을 보게 된다. 그것은 만남의 배경과 두 객체가 가지는 태도, 감정표현의 조화로운 연출력으로 단연 돋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개와 희귀동물이 만나는 장소는 풍류를 즐기는 서민적인 풍경이기에 안정적이며, 때론 절정의 진공상태로 보호가 허락된 무균실의 풍경처럼 풍성(꽃)하고 고요(서가)하며 안정적(섬)이다. 그와 더불어 인위적인 만남을 제어하고 희귀동물의 저항이나 나약함이 상상이 될 수 있는 노출을 없애기 위해 해당 희귀동물의 특징적인 요소에 맞는 치장과 태도, 감정 상태를 개에게 성공적으로 이입시키고 있다. 억지스러운 만남의 연출요소는 전혀 없다. 만남의 주변 사물들 또한 자연스레 위치되고 있다. 예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시대구분 없이 섞여 배치되던 다양한 사물들이 제어되고 있다. 다시 말해, 동물들의 주변으로 시대에 상관없이 어우러지는 사물들을 배치하여 연출과 표현기교에서 다양함이 가능했다면, 신작에서는 시대구분 없이 섞여 배치되는 사물들이 제어되어 희귀동물이 주는 희소성 내지는 보호대상인 희귀동물의 강조가 가능해졌다. 그렇기에 지극히 서민적인 풍경이거나 화려한 꽃이 만발한 지상낙원 혹은 무릉도원 같은 주변인 동시에 마치 희귀 이전에 매우 흔한 동물이었을 당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희귀동물을 부각하는 서민적인 배경을 넣기도 하고, 이미 사라질 위기에 봉착한 존재의 그들이 세상을 피해 서식하고 있는 풍성한 꽃이 만발한 안정적이고 무릉도원 같은 미지의 곳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풍경으로 찾아온 개들의 표정을 보라. 그들만의 안정적인 곳에 낯선 이로 찾아온 개는 인간이 지니고 있을 다양한 감정 상태와 속내들을 능청으로 품으며 자연스러운 척 희귀동물들의 표정과 매우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근접하기 위해, 만남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상대인 희귀동물과 비슷한 액션이나 행동을 취하고 있다. 개들의 능청이 사뭇 진지하고 재미나다. 그 연출력은 그간 개를 의인화시켜서 다양한 인간문제의 화두를 삼았던 곽수연 작가의 위트와 표현력이라 하겠다. 다양한 개들이 가진 개성을 한껏 드러내며, 개와 어울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희귀동물을 만나되, 희귀동물 또한 의인화하여 해당 동물이 가진 성향이나 성품을 익살스럽게 드러낸다. 상대하는 개들의 능청스런 표정과 애교, 몸 추임새로 서민적인 정교함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인간중심의 여러 화두를 동물로 의인화하여 민화로, 현대의 팝적인 요소로 풀어낸다. 또한, 작가의 연출 바탕에는 무수한 상상과 축복의 기원, 부귀영화, 평안함이 깃들어 있다. 노들섬 토끼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삽살개 아줌마는 구르프를 말고, 판다 삼촌을 만나 차를 마시는 불도그, 오리 남매 등등의 연출된 상황의 이야기에 맞는 민화적 풍경은 축복을 기원하고 부귀영화, 평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너무도 너그럽고 조화롭다. 충만한 상상력과 연출은 마치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내던 그 기원의 역설까지도 닿아 있다. 개가 희귀동물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바탕에는 조화로운 세상을 위한 평화의 풍경이 도사리고 있어 안정과 평화를 기원하는 상상의 동물을 그린 문배도(門排圖)와 의미상으로 진배없다. 뉴스에서 희귀동물들이 사라진 지 몇 년 만에 어느 지역에서 서식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희귀동물을 보존하고 보건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들의 역설적인 행동과 호들갑이 너무 익숙하다. 무릇 호들갑보다는 희귀동물이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선택한 환경의 모습에 찾아간 개들의 표정과 태도에서 느껴지듯, 작가는 희귀동물과 자연스럽게 융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절실함이 아닌가 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진 다른 생명체들이 생존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에 대한 반성과 뉘우침을 더해 부자연스러운 억지로 생존만을 하게 하려는 태도와 사뭇 다르다 하겠다. 그렇다. 작가는 인간의 횡포에 관한 이야기를 민화적인 화폭에 위트와 유머로 전개하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사랑받는 자와 사랑받지 못하는 자의 정해진 운명이 아닌 각자의 몫으로 선택된 이해와 접촉되는 지점의 상황을 여유롭고 관심의 애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인간의 틀에 맞춰진 애완이라는 혜택을 받은 개는 인간의 마음가짐을 인간답게 가지고 혜택받지 못한 희귀동물들을 찾아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세상에 시끌시끌한 문제들을 민화적인 기법으로 풀면서도 충분히 신랄한 문제의식으로 그 진지함을 선사한다. ■ 닥터박갤러리 큐레이터 김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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